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Love - Sick

감정다루기

madb 2007. 2. 14. 01:12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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은희경의 소설「새의 선물」맨 마지막 장에는 그런 얘기가 나와.
‘삶은 순정, 아니면 농담’이라고.

저녁밥 잘 먹고 무슨 뜬금 없는 소리냐고?
삶이 그렇단 얘기지 머.

아냐아냐, 친절하게 굴어볼게.
문학평론가 김동식씨의 말을 빌고 나의 의견을 잘 섞어 설명해볼게.
내가 이해한 바로는 이런거야.

어떤 여자를 좋아하는 두 남자가 있다고 쳐.
한 남자는 순정파고 또 다른 남자는 쿨해.
드디어 그 여자에게 고백을 하는 날,
순정파 남자는 너무나 떨리고 떨려서 버벅대고 어찌할 바를 모르지.
허나 쿨한 남자, 아주 섬세하고 세련되고 고백을 할 줄 안단 말이지.
여자는 누구의 고백에 반응할까.
대답은 뻔하지.
그런데 그런데 말이야.
그 마음의 순정으로 따지자면 당연히 그 순정파 남자여야 한단 말이야.
근데 삶은 그렇게 그 감정 잘 제어하고 다스리는 사람에게 손을 들어준단 말야.
좀 억울하지 않아?

그러니 위의 결론대로라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냐면
마음을 다하고 열정을 다하여 흘러가는 대로 살면 안되다는 거잖어.
열정쯤은 자제하고, 순정쯤은 잠시 감추고 그런 것 건조하게 처리하여야 지닐 수 있는
세련됨으로 살아야 한다는 거잖어.
자기감정을 순수하게 표현하면 되는 게 아니라
그것을 표현하는 '연기'와 '장치'가 삶에 필요하게 되버린거야.

시시때때로 우러 나오는 감정을 한 번씩 걸러줘야 하는 거지.
그런 걸 기술이라고, 혹은 사랑의 기술, 연애의 기술이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
여튼, 그래서 삶은 순정아니면 농담(을 지껄일 수 있을 정도의 시니컬함을 지녀야 하는 건가봐)이라는 거지.
은희경씨는 말을 빌자면.

은희경씨는 그렇다치고, 이렇게 얘길 하고 싶지만
그 아짐마 말 틀리지 않거든.
실제로도 삶은 순정만으로는 안되는 때가 많잖아.
그렇다고 농담이나 적절히 하면서 잘 살아갈만큼 쿨하지 못하니

가끔 넘쳐나는 감정 흘리지나 말고 살아야하는 건가봐.
내게는 그게 최선이라 여기면서.
감정을 잘 잘라내고 접어두고 미뤄두고 버리고 하면서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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